빅테크의 해고, 아직 끝날기미가 안보이는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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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고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유행했고, 그 후로 거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코로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러스가 되었고, 코로나는 미지의 무서운 바이러스가 아니라 걸리면 가볍게 (때로는 힘들게) 걸리고 낫는 질환이 되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기침하는 사람을 경계하다가, 이제는 저런 어쩌다 또 걸렸어라며 위로해주는 시기가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제로금리라는 가진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고, 많은 이들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 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경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력한 적을 만났고, 삶은 팍팍해지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고, 디지털 IT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1~2년간은 모두가 행복한 시기였다. 개발자로서 자신의 몸값이 치솟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링크드인 리크루터들의 메시지가 그것을 방증한다.), 이 연봉은 이제 너무나 익숙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같이 경제 하강 국면을 맞이했고, 내가 재직중인 아마존 같은 경우는 이 어려운 시기를 2가지 해결책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1. 보상 패키지의 변경: 보통 매년 연봉 계약을 갱신할 때 향후 2년 간 받게 될 새로운 주식을 계약한다. 그리고 이게 쌓이고 쌓여서 나름 복리의 효과를 낸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 패키지는 정확하게 내가 경험할 시기부터 헤어 컷이라는 명목하에 그 다음 해 1년의 신규 주식만 계약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승진 작품으로 향후 4년간의 내가 받게될 총 액수를 수려한 그래프로 알려주는 툴은 24년 이후로 아무런 주식 계약도 없는 나와 다른 많은 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2. 인원 감축: 처음 시작은 신규 입사자들의 계약서를 무효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개발자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했던 제안 연봉까지 까셨던 분의 글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마수는 현직자에게까지 미쳤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마존은 메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감축한 빅테크 중에 한 회사이다.

응 나 짤렸어

뭐라고? 같은 조직 내에 긴밀히 협업하는 팀의 사람과 이야기 하다가 나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 엔지니어는 비록 나와 같은 개발 스트림에 있지는 않더라도, 비지니스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엔지니어링 직군에 있는 친구였다. 게다가 그의 아마존에서의 경력은 거의 10년에 가까워지고 있을 시점이었다. 회사는 그 팀이 필요없다고 판단했고, 팀 전체를 말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 팀 매니저는 캐나다로 입사하여 작년 말에 시애틀로 이동했고 거기서 집을 샀다(…) 그리고 그는 직장을 잃었다. 그의 앞길에 모기지를 감당할 수 있는 직장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이렇게 강산이 바뀔 정도의 시간을 회사와 함께한 사람들을 함께 해서 고마웠고 여기 1달간 시간을 줄테니 회사 내부에서 이동할 곳을 찾아봐. 참고로 모든 내부 채용은 거의 막혀있고, 너의 직군은 회사에서 이제 없어라고 하는 잔인함은 어디서 온걸까. 벌써 캐나다에 온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북미에서의 채용과 해고 문화는 아직도 생경하다. 내가 속한 부서에서는 팀이 대략 5~6개 정도로 유지되는 나름 규모 있고 사내 고객들을 상대하는 결제 관련 플랫폼이라 나름 해고에서도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1주일 전에 인도에 있는 팀과 시애틀에 있는 1개팀을 각각 해고하고, 다른 시애틀 팀의 업무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과 물갈이를 통해 완전히 부서졌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는 해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과 동일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음이 내가 아닐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그렇다. 지금 일어나는 해고는 말 그대로 이유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상위 리더십은 우리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고, 엑셀 스프레드 시트의 한개의 행 혹은 열에 불과하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성과는 그들의 전광판 글자중 하나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하긴 나의 관리 체인에서 한 4단계쯤 위로 올라간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기나 할까.

그렇다고 불안해하기만 한다고 바뀌는 건 없어

이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다가가 아내가 이야기 해준 말중 하나이다. 나는 작년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생겼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이 3명이서 살기에는 좁기에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이 새로운 집을 구매 혹은 렌트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직장을 잃을 것까지 계산해야한다니 이건 너무 잔인했다. 하지만 아내 말대로였다. 지금 이렇게 내가 불안해하고 당장 내일 잘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같은 것들을 고민해봐야 지금 당장 득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잘 판단하고 행동해야할 시기라면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니저와 나는 이미 해고된 팀의 일들을 우리팀이 어떻게 소화해야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중에 일부분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인도 팀의 일을 인수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과 아기가 자야할 시간을 막 지나서 다시 회의를 하러 자리에 앉는 것은 고역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어떻게 다시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적용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한스텝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렇게 해고라는 단어가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미쳤다라는 사실은 나를 미치도록 불안하게 만들고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뭐 별 수 있으랴. 잔인하지만 잘린 이들의 일을 문제 없이 소화해내고 거기서 자동화, 최적화, 고도화 해서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 현재 엔지니어인 나의 직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매달리는 위치가 아니라 회사가 나에게 아쉬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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